서론

이 글은 주로 ᄎᆞᆷ괴로운 블로그에서 다루어진 내용(이하 ᄎᆞᆷ괴(2024))을 중심으로 졸견을 정리한 것이다. 미진한 수준의 논의가 되겠으나 어떠한 형태로든 풀어 남김에 의의를 둔다.

-(으)시-

ᄎᆞᆷ괴(2024)에서는 '*너믁-'의 '-(으)시-' 결합형이 *너믁-으시- > *넘그시-처럼 나타나지 않고 너므시-로 나타나는 사실을 중세 국어 이전의 어절 경계를 상정함으로써 해명해 보였다.

*nemuk-∅ # *usí- > nemu # *usí- > nemusí

만일 제주어의 남~나ᇚ 교체를 '특수 어간 교체'로 인정한다면, 전통적 제주어에서는 '-(으)시-'의 문법화가 일어나지 않은 듯 보이므로 ㄱ 탈락의 시기는 실제로 '-(으)시-'의 문법화보다 앞섰어야만 하고(=제주어 분화 이전), 따라서 위 견해도 통시적 이치에 맞게 된다.

하지만 나의 견해에 따르면 제주어 남~나ᇚ 교체는 '특수 어간 교체'로 볼 수 없으므로, 별달리 ㄱ 탈락/'-(으)시-' 문법화의 선후 관계를 입증할 수단은 없는 것 같다. 다행히 나의 기존 가설 아래에서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. '-(으)시-'의 약모음이 평성 어간 뒤에서 평성으로 실현된다는 점을 상기하고자 한다.

  1. ㄱ 탈락(특수 어간 교체 형성)이 먼저 발생했을 경우
    *넘그- # *으시- > 너므- # *으시- > 너므시
  2. -(으)시- 문법화가 먼저 발생했을 경우
    *넘그- # *으시- > *넘그-으시- > *넘그시- > 너므시

즉 매개 모음이 기원적이건 기원적이지 않건, 그 성조를 평성으로 볼 수만 있다면 모두 규칙적 변화로 설명된다.

ᄌᆞᅀᆞ

ᄎᆞᆷ괴(2024)에서는 방언형 '자욱', '자구'를 근거로 ᄌᆞᅀᆞ를 *ᄌᆞᅀᆞᆨ에 소급고자 하였으나, '자욱', '자구'는 모두 강원도 일대에서만 발견되고 다른 방언에서는 ㄹ 말음을 가진 저울 따위의 형태도 보인다. 즉 재구형 *ᄌᆞᅀᆞᆨ은 15세기 중앙어 어형은 물론이요 방언형도 쉬이 해명하지 못한다.

김태우(2018)에서는 대신 'ᄌᆞᅀᆞ'에 대한 '자욱', '자국'이 '자국[跡]' 및 그 방언형에 이끌린 형태라 보았는데, 아예 만족스러운 설명은 아니지만 ㄱ 말음을 기원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된다. 특히 '*ᄌᆞᅀᆞᆨ'이 재구되더라도 '자구' 형은 설명하기 어렵기에 더욱 그렇다.

*ᄌᆞᅀᆞᆨ > *ᄌᆞᄋᆞᆨ > *자윽 > 자욱
          > (*ᄌᆞᄋᆞᇂ? >) *자으~자우?

아ᇡ

Jeon(2024)에서 통상 *amak 정도로 이해되는 史記의 '阿莫[母]1'을 '*아ᄆᆞᆨ'으로 재구하고 *아ᄆᆞᆨ > 아ᇡ을 상정한 것은, 마찬가지로 史記에서 발견되는 '珍惡[石]2'과 비견한다. 이것은 일찍이 도수희(1980), 김대식(1987), 김동소(1995)에서 *turak, 이기문(1961/1998)에서 *torak으로 재구된 것이지만, 약모음 탈락에 대한 내적 증거에 따르자면 '*도ᄅᆞᆨ'이 더 합리적인 재구일 수 있다 하겠다. 여기에서 *아ᄆᆞᆨ > 아ᇡ, *도ᄅᆞᆨ > 돓과 같은 성조 대응이 존재한다는 점을 주목하여 보자.

중세 국어의 ㅎ 말음 체언 중에는 그릏, ᄀᆞ옳, 나좋 등 저조의 연속으로 된 것들이 있다. 특히 ᄑᆞᆶ, 엻, 옳 등의 예는 위의 경향성으로 미루어 보자면 *ᄇᆞᄅᆞᆨ, *여륵, *오ᄅᆞᆨ 따위의 2음절 기원형으로 소급될 것인데, 이들 2음절 기원형의 성조는 저조의 연속(LL)이어야만 한다. 그렇다면 이는 ᄎᆞᆷ괴(2024)에서 제시한 규칙에 위배된다3.

(1)  k > ∅ / [+minimal, -accent] _ [-vowel]
(1') k > h / [+minimal, +accent] _

(2) [+minimal, -accent] > ∅ / [+consonant, +voiced] _ C V

대신 나의 기존 가설을 따르면 규칙을 아래와 같이 수정할 수 있다.

  1. k > ∅ / [+consonant, +voiced] _ [+minimal, -accent]
  2. k > h / [+minimal] _ #
  3. [+minimal] > ∅ / [+sonorant] _ h

이 경우 아래는 모두 규칙적 변화로 설명된다.

  1. *남ᄀᆞ > *나ᄆᆞ > 나모
  2. *아ᄆᆞᆨ > *아ᄆᆞᇂ > 아ᇡ
  3. *도ᄅᆞᆨ > *도ᄅᆞᇂ > 돓
  4. *오ᄅᆞᆨ > *오ᄅᆞᇂ > 옳

ᄎᆞᆷ괴(2024)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른 두 재구형 맗 < *마ᄅᆞᆨ, 않 < *아ᄂᆞᆨ도 이에 준한다.

  1. *마ᄅᆞᆨ > *마ᄅᆞᇂ > 맗
  2. *아ᄂᆞᆨ > *아ᄂᆞᇂ > 않

다만 #2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일어난 변화로 보인다. 15세기에 이르러서도 그 실현례가 관찰되기 때문이다. 또한 #2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, 그 조건은 특정하기 어렵다.

  1. 드릏 > 듫
  2. 그릏 > *긇?

종성 /ㄺ/

위와 같이 *CVC{o,u}k 형이 무조건적으로 *CVC{o,u}h 약화를 겪었다고 보는 설명은 종성 /ㄺ/를 해명하기 어려워진다는 문제점을 안는다. 한데 Ito(2014)에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중세 국어의 /ㄺ/ 말음 1음절 체언의 성조 분포가 거성 1건 평성 5건으로, 상성인 예는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.

이것은 이상하다. /ㄺ/ 말음 1음절 체언은 분명 2음절 체언으로 소급될 것인데, 2음절 체언에서 가장 흔한 성조형이 평-거 형이기 때문이다. 앞서 다루었듯 *CVC{o,u}C 평-거로 소급되는 1음절 체언은 상성을 가질 것이 기대된다. 실제로 /ㅀ/ 말음 1음절 체언 중에는 돓[石], 둟[二]이 상성을 가진다4. 이에 대한 대책으로 종성 /ㄺ/를 *l{ò,ù}k 대신 *lk{ó,ú}로 소급할 수는 없을까?

  1. [+minimal, +accent] > ∅ / _ #

그렇게 한다면 아래는 모두 규칙적 변화로 설명된다.

  1. 평-평
    1. *놀ᄀᆞ > 노ᄅᆞ~놀ㅇ
    2. *ᄌᆞᆯᄀᆞ > ᄌᆞᄅᆞ~ᄌᆞᆯㅇ
  2. 평-거
    1. *ᄃᆞᆯᄀᆞ > ᄃᆞᆰ
    2. *ᄒᆞᆯᄀᆞ > ᄒᆞᆰ
  3. 거-X
    1. *츨그 > 츩

각 항목의 분포는 아래와 같다.

<표 1> ㄹㅇ 불규칙 및 /ㄺ/ 말음 체언의 성조 분포
유형 건수 비율
ㄹㅇ! 평-평 5 45.5%
ㄺ 평 (< 평-거) 5 45.5%
ㄺ 거 (< 거-X) 1 9.0%
합계 11 100%

이는 여전히 2음절 어간의 분포와는 맞지 않지만, 우연에 의한 공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.

<표 2> 2음절 체언 어간의 성조 분포
성조형 건수 비율
평-평 206 26.6%
평-거 417 53.8%
거-X 97 12.5%
상-X 55 7.1%
합계 775 100%

결론

이제까지 중세 국어 이전 /*ㄱ/와 관련된 몇 가지 음운 변동 규칙을 세움으로 15세기 이래 공시태를 해명해 보였다. 규칙을 한 데 정리해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.

  1. ㄱ, ㅇ 특수 어간 교체
    1. k > ∅ / [+consonant, +voiced] _ [+minimal, -accent]
    2. k > G / [+consonant, +voiced, -nasal] _ V
  2. ㅎ, ㅎ계 자음군 말음 체언
    1. k > h / [+minimal] _ #
    2. [+minimal] > ∅ / [+sonorant] _ h
  3. 이외 (일부?) 자음군 말음 체언
    1. [+minimal, +accent] > ∅ / _ #

참고문헌

김대식 (1987). 古代國語 語彙의 變遷에 관한 硏究 (박사학위논문).
성균관대학교.

김동소 (1995). 고대 한국어의 종합적 연구. 한글 (한글학회), 227,
5-70.

김태우 (2018). ‘자위(核, 心)’의 어휘사와 방언 분화. 방언학
(방언학회), 27, 71-95.

도수희 (1980). 百濟地名 硏究. 百濟硏究 (충남대학교 백제연구소), 11,
5-157.

이기문 (1961/1998). 國語史槪說. 서울: 태학사.

ᄎᆞᆷ괴 (2024). 중세국어 이전의 음운 변화 (1) - 특수어간교체를
중심으로. ᄎᆞᆷ괴로운 블로그. https://blog.됬.xyz/jekyll/update/2024/05/28/alternating-stems.html
(Archived from the
original
on June 20, 2024).

Ito, C. (2014). Korean accent: Internal reconstruction and historical
development. Korean Linguistics (John Benjamins Publishing Company),
15(2), 125-194.

Jeon, H.S. (2024). Vowel Mismatch between LMK émi 'mother' and OJ
amo~omo 'id'. https://hansoljeon95.github.io/essay/2024/01/07/amo.html
(Archived from the
original
on January 28, 2024).

Kim, T.W. (2023). The Origins of /h/-Final Nouns in Middle Korean.
Language Research (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), 59(3), 271-291.


  1. 雲峯縣、夲山縣縣或云阿英城、或云阿莫城。 <史記 34>↩︎

  2. 山縣、夲百濟珍惡山縣、景徳王攺名。今石城縣。 <史記 36>↩︎

  3. [+minimal]은 약모음minimal vowel, [+accent]는 어절의 악센트핵고조 혹은 그 이후 음절핵을 나타낸다(한 어절 내 악센트핵 이후 음절의 성조는 율동 규칙에 의해 결정되는바, 분별력을 갖지 못한다).↩︎

  4. 여전히 19건 중에 2건밖에 되지 않으므로 2음절 어간의 분포와는 맞지 않는다. Kim(2023)의 논의를 참고하자면 이것은 대부분의 1음절 ㅎ 말음 체언이 기원적 2음절 체언이 아닌 1음절 V, j, l 말음 체언인 데에서 기인할 것이다.↩︎